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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도망치지 말고 싸워라 - 안녕, 드뷔시 전주곡

나카야카 시치리의 소설 안녕, 드뷔시 전주곡의 Review 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 문제와 추리의 결합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을 '사회파 추리소설'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그의 소설 내부에는 사회적인 문제들이 잘 녹아있다. 일본 사회의 문제가 사건 해결의 동기이자 실마리이기도 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간단한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으로 묘사된다. '안녕, 드뷔시 전주곡'은 그의 데뷔작 '안녕, 드뷔시'의 스핀오프로서 미사키 요스케의 스승(?)인 고즈키 겐타로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단편 5개의 연작소설 속에서 작가의 사회 문제에 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부실 공사,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 문제, 원전, 금융 사기, 정쟁까지 일본 사회 신문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소재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이러한 사회 문제에 대해 작가는 별도의 관점을 제시하고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한 문제들을 소설 속의 이야기로 접하면서 독자들에게 상기시킬 뿐이다. 가벼운 단편 연작 소설임에도 이면에 담긴 사회적 문제를 곱씹을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소설이다.

도망치지 말고 싸워라

소설을 이끌어가는 겐타로 할아버지는 언행에 있어서 화끈(?)하다. 자신의 주관이 확실하며, 그것에 맞지 않는 경우 불같이 화를 낸다. 그의 말 중에 마음에 울리는 호통이 있었다.

"경쟁 심리를 자극하지 말라, 차별 분위기를 조장하지 말라, 핵심은 추한 것을 그럴싸하게 포장했을 뿐 아닌가! 어디에서 살든 세상은 매일이 경쟁의 연속이야. 신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현실에 존재하고, 능력이나 외모의 차이가 있는 이상 우열이 생기는 건 당연한 거지. 그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으면 어쩌자는 거야. 너희들은 모두 특별해, 모두 다 일등상처럼 한껏 추켜올려준 다음에 세상 밖으로 내보내 놓고, 이걸로 됐다며 면죄부를 받을 셈인가?"

'온실 속의 화초'라는 말이 있다. 정성스럽게 보호받으며 성장한 화초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내포한 말이다. 요즘에는 '온실 속의 화초'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없다. 대부분의 환경이 온실과 같기 때문이다. 혹독한 환경에 내던져지기보다는 안전장치를 채워서 보낸다. 경쟁은 피하고 편하고 좋은 것만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한 모습에 겐타로 할아버지는 호통친다. 정신 차리라고.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할아버지의 모든 말에는 '도망치지 말고 싸워라'가 담겨있다. 경쟁은 힘들다. 그리고 뒤처질 수 있다. 그래서 피하고 포기하고 싶다.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의 호통을 기억 날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어려움 앞에서 바로 도망치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