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거울 속 외딴 성'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인연, 우리는 사실…….
살면서 그런 어른을 만날 때가 있다. 말하지 않아도 나의 마음을 아는 사람. 자신도 모르게 엉켜버린 생각을 풀어내어 공감해주는 사람. 나를 알고 있는 것 같은 사람.
소설은 시공간을 비틀어서 인연 같은 필연을 연출한다. 가타지마 선생님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에게 그저 빛이다. 가타지마가 아이들의 마음을 알고 헌신할 수 있었던 배경은 ‘거울 속 외딴 성’에서의 만남 때문이다. 상처를 입고 웅크렸던 일곱 명의 학생들은 거울 속 외딴 성에 모인다. 작은 세상 속에서 그들은 함께 웃고, 함께 울며, 함께 공포를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작은 세상 속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또 거울 밖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
거울 속 외딴 성에 모인 아이들은 서로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만남은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을 따라 인연의 실이 연결되어 있다. 가타지마 선생님은 거울 속 작은 세상에서 상처를 입었던 아키코라는 것이 밝혀진다. 외딴 성에서의 흔적이 인생을 결정하고, 나아가 인연을 재회하는 계기가 된다.
혹시 우리도 기억하지 못하는 인연이 있지 않을까. 그 인연의 흔적이 우리의 남은 인생을 이끄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가 기억하지 못하는 소중한 인연을 재회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 그 사람은 혹시 나와 같이 차를 마셨던 망각 속의 인연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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