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거리

즐겁지 않은 독서 생태계 -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리뷰입니다.

 

소설 '추리 소설가의 살인사건'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 소설집이다. 제목만 보면 작가의 전작과 같은 전형적인 추리 소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작가의 웃음 3부작(독소소설, 괴소소설, 흑소소설)의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풍자의 대상은 작가, 독자, 편집자이다.

소설 내부의 단편은 독서 행위와 관련된 주체들인 작가, 독자, 편집자들에 집중한다. 그리고 대상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재치 있게 표현한다. '세금 대책 살인사건', '예고소설 살인사건'에서 작가는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아 작품을 쓴다. 작가는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 유명세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작품을 수정한다. 작가 중에서 추리 소설 작가의 고뇌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범인 맞추기 소설 살인사건', '마카제관 살인사건'에서 추리 소설 작가가 겪는 트릭 설계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편집자와 독자도 풍자의 칼날을 피할 수 없다. 영리적인 목적을 위해 작품성과는 상관없는 길이에 집착하는 편집자의 모습('장편소설 살인사건'), 소설 속 세부적인 내용에 무관심하거나 집착하는 독자('이과계 살인사건'), 그리고 전반적으로 노쇠화된 출판 환경('고령화 사회 살인사건'). 이러한 요소들을 이야기로써 풀어낸다.

 

"오해하지 마세요. 쇼혹스 킬러는 재미있는 소설을 쓰기 위한 기계는 아닙니다. 쇼혹스가 높은 평가를 주는 소설을 쓸 수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쓴 소설을 읽어봤는데 솔직히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이야기 '독서 기계 살인사건'는 작가, 편집자, 독자를 포함하는 독서 생태계가 기술에 의해 즐겁지 않게 변한 상황을 그린다. 인공지능이 소설을 읽고 요약, 비평하면서 비평가들은 책을 읽지 않고, 작가 역시 즐거운 소설이 아닌 인공지능이 좋아할 소설을 쓰는 암울한 상황. 어느 때보다 많은 책이 읽히지만, 그 누구도 책을 읽지 않는 즐겁지 않은 독서 생태계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