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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당신의 선택은? - 한자와 나오키 2: 복수는 버티는 자의 것이다

이케이도 준의 시리즈 소설 '한자와 나오키 2: 복수는 버티는 자의 것이다'의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소설을 온전히 즐기고 싶은 분들은 먼저 소설을 읽기 권장합니다.

 

시리즈 1편에 대한 리뷰도 있습니다.

 

가끔은 정의도 이긴다는 위로 - 한자와 나오키 1: 당한 만큼 갚아준다

이케이도 준의 '한자와 나오키 1: 당한 만큼 갚아준다' 리뷰입니다. 소설은 은행원 한자와 나오키가 은행에서 벌이는 사건 사고를 그린다. 작가 이케이도 준은 실제로 은행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

dhsong10.tistory.com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한자와 나오키 2: 복수는 버티는 자의 것이다'에서는 한자와 나오키와 곤도 나오스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본사 영업부 차장 한자와 나오키는 이세시마 호텔 관리를 떠맡는다. 이세시마 호텔은 임원진의 운용 손실로 인해 재정 상태가 악화된 기업이다. 한자와는 이세시마 호텔이 성장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금융청의 공격을 방어해야 한다. 곤도는 중소기업 다미야 전기로 좌천되었다. 다미야 전기에서 미운 오리로 지내는 곤도는 회사를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곤도는 회사의 분식 회계를 발견하면서 상황은 복잡하게 돌아간다.

 

한자와와 곤도의 이야기의 중심에는 옛 T의 본거지인 도쿄중앙은행 교바시 지점이 있다. 도쿄중앙은행은 도쿄제일은행(T)과 산업중앙은행(S)의 합작이다. 은행 내부에서는 옛 T와 옛 S 구분에서 정치 파벌이 형성되었다. 특히 교바시 지점을 중심으로 옛 T는 뭉쳤으며, 옛 S 출신인 한자와와 곤도의 활동을 방해한다. 한자와와 곤도는 단순히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 은행 내의 정치 문제까지 타파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한다.

"기업에서 개인의 성과를 위해 사소한 부정을 묵과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까?" 임원 면접에서 이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당연히 기업 윤리를 지키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회사에서 주요한 라인의 부탁을 기업 윤리라는 이유로 무조건 부정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라인을 타고 성공하기 위해서, 혹은 적어도 회사 내에서 찍히지 않기 위해서 가끔은 눈을 감을 수 있다.

 

이상적으로는 기업 윤리를 선택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은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선택이 좋은 선택일까? 참으로 딜레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설에서도 명확한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구분하자면 한자와는 이상을 택했고, 곤도는 현실을 택했다. 시리즈 내내 원칙을 고수하고 당한 만큼 되갚아주는 한자와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곤도는 자신의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다.

 

작가는 이상과 현실 중 하나의 편을 드는 것 같지 않다. 한자와는 그의 선택으로 인해 은행의 분란을 조장하는 행원이 되었고 그 결과 좌천된다. 반면 곤도는 기회를 통해 자신이 원했던 본사로 돌아온다. 한자와 역시 곤도를 이해한다며 위로한다. 이상과 현실의 취사선택 문제는 소설에서조차 항상 '정의는 승리한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다만 어떠한 선택이든 그 선택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한자와가 분노한 것은 기업 윤리를 어긴 것을 넘어서 뻔뻔하게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는 모습이었다. 반성과 사과 없이 도망치다가 체크메이트를 만나면 비굴하게 주저앉는 모습에 치를 떤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듯, 책임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규칙을 어기게 된다. 나중에 손쓸 수도 없이 커져 버린 책임의 무게에 짓눌린다.

 

"그러려면 용기가 필요하지요. 지금 당신은 위축된 월급쟁이 근성을 그대로 드러낸, 한심한 아저씨에 불과합니다. '노'에 비해 '예스'란 말은 몇 배나 간단하지요.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 월급쟁이가 '예스'라고밖에 말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일은 무미건조해지는 겁니다!"

 

'노'는 어렵다. 그리고 그러한 어려운 일을 하는 한자와를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된다. 하지만 한자와 보다 한 수 앞선 지혜로 문제를 해결한 인물이 떠오른다. 웹툰이자 드라마 미생의 오 과장이다. 2차 접대는 없다는 신념을 지키고 동시에 현실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업 3팀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예스'라고 하기는 쉽지만 떳떳하지 못하다. 하지만 '노'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실제로 나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 균형에서 우리는 어떠한 오 과장 스타일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