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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떨쳐낼 수 없는 고립감 - 그림자

카린 지에벨의 소설 '그림자' 리뷰입니다.

 

카린 지에벨은 프랑스 작가로 심리 스릴러를 쓴다. 기상천외한 사건과 해결에 집중하는 스릴러와는 다르게, 심리 스릴러는 사건 발생에 따른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집중한다. 사건 관계자가 겪는 불안, 분노, 고립을 전달하면서 독자들은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따라간다.

소설 '그림자'의 인물 관계도

소설 '그림자'는 클로에 보샹과 알렉상드르 고메즈를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클로에 보샹은 성공적인 광고 회사 커리어 우먼이다. 하지만 고객사 파티 이후 그녀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파티 후 귀가하는 길에 검은 후드의 '그림자'로 부터 위협을 당한다. 이후에도 검은 후드의 그림자는 그녀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녀의 숨통을 죄어온다. 사람들은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는 클로에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 그녀는 자기 스스로 그리고 타인에 의해서 철저히 고립된다. 강력계 형사 알렉상드르 고메즈는 그녀를 보고 유사한 사건을 떠올린다. 유일하게 스토킹의 실질적인 위협을 믿는 그는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림자는 떼어낼 수 없다. 검은 후드의 스토커는 클로에 주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클로에는 자신의 잘못으로 식물인간이 된 동생 리자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죄책감은 뒤틀린 동생의 몸의 형태로 꿈에 나타난다. 악몽 없이 잠을 잘 수 없는 그녀에게 죄책감은 또 다른 그림자가 된다.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완전한 어둠으로 향한다. 조금이라도 빛이 있는 곳에는 그림자가 생긴다. 그림자가 없기 위해서는 완전한 암흑 속에 뒤섞여 있어야 한다. 사실 스토커는 클로에가 완전한 암흑 속에 고립되기를 바란다.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이 사실은 그림자가 바라던 바였다는 점에서 스토커는 클로에는 함정으로 모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있는 완벽한 고립감, 그 속에서 클로에는 철저히 부서진다.

 

포식자가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전 먹잇감을 무리로부터 고립시키는 방식이었다. 스토커는 고립감이 사람의 심리를 얼마나 위축시키는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스토킹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뗄 수 없으며" 피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고립"된 상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클로에를 통해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 때문에 철저히 고립된 인간의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인물의 심리가 주된 서사인 심리 스릴러에서 불안과 고립을 숨 가쁘게 따라가도록 하자.